전체메뉴 닫기

전체 카테고리

[추도성명] 군산공장 조합원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 보도자료/성명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투쟁하는 금속노조!
노동중심 산업전환, 노정교섭 쟁취!

금속뉴스

보도자료/성명

[추도성명] 군산공장 조합원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대변인 작성일18-03-26 09:20 조회22,675회

첨부파일

본문

5b8f59c0547bf8b66032cf5736a08c02_15220415b8f59c0547bf8b66032cf5736a08c02_1522041 

[본문] 

한 사람의 불행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없습니다.

- 또 한명의 한국지엠 동지를 보내며 우리는 결전의 각오를 다짐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제일 먼저 생각하겠다고 한, 바로 그 ‘사람’이 죽었습니다. 한국 지엠 군산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고인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공장을 지켰습니다. 그 20년 세월에 대한 회사의 답은 강제 퇴직이었습니다. 희망이건 명예건 사측이 무슨 말로 포장을 하던 간에 고인에게 닥친 것은 퇴로를 봉쇄한 퇴직 강요였습니다. 청춘을 묻은 공장인데, 군산공장 문을 닫겠다는 선포를 해놓고 사측은 퇴직신청서를 돌렸습니다. 그 절망의 깊이가 얼마나 깊었으면 두려운 선택을 하면서도 가족들에게 이별의 말조차 남기지 못하셨습니다.

 

구조조정은 잔인한 말입니다. 겉으로야 부실의 원인을 제거하고 체질을 건강하게 한다지만 실상은 노동자 자르기입니다. 특히나 이 나라에서 구조조정은 대규모 인력감축과 항상 같은 말입니다. 항상 문제가 생기면 노동자 탓하고 노동자 자르기에 혈안이 됩니다. 수억대연봉을 받는 경영자들과 임원들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퇴직위로금까지 챙기며 제 몫들을 챙겨가도 언론은 그저 노동자 탓일 뿐입니다. 벼랑에 몰린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지키겠다 투쟁하면 ‘집단이기주의’고 생존권을 이야기하면 ‘도덕불감증’이랍니다. 자본가들의 탐욕과 범죄에는 그토록 관대하면서 말입니다.

 

이천오백명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유로 한국지엠을 떠날 상황입니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천오백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천오백대의 자동차나 이천오백개의 엔진과 똑같은 그저 장부상의 수치로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까. 아니면 3천명이라는 목표치에 미달해 크게 아쉬워하고 있습니까. 노동자를 쓰다 버리면 되는 생산의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당신들에게 해고는 경영의 기법일지 모르지만 삶이 있고, 가족이 있고, 살아서 숨 쉬는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살인일 뿐입니다. 한국지엠은 해고라는 이름의 사회적 살인을 자행했습니다.

 

국가권력과 자본이 한통속이 되어 휘두른 폭력에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입은 상처는 깊었습니다. 전쟁터의 군인들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이라는 의사들의 진단입니다. 그 충격의 여파로 스물아홉분의 해고자와 가족이 세상을 등지고 떠났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상처가 아물지 않습니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 그 지역경제도 파괴됩니다. 일터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린 이들에게도 살아가야 할 시간이 있습니다. 한국지엠은 지금 당장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노동자 한명 한명을 찾아가 사죄해야 마땅합니다. 

 

잔인한 것은 자본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벌써 두 명의 한국지엠 노동자가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외국자본의 오만함을 벌하지도 못하고,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지도 못하면서, 주무장관은 노동자를 피해 도망가고, 산업은행은 노골적으로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끝까지 국민의 편에 서겠다 했던 이는 정작 어려울 때 손 내밀어주지 않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정부 당국이 한국지엠을 비롯한 해고노동자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다를 게 무엇입니까?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면, 왜 그 자리에 있습니까? 시작부터 실패한 정권이 되지 않으려면 노동의 문제, 일자리의 문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노동조합도 반성합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은 과연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는지 반성합니다. 기만적인 공장폐쇄를 무산시키고 이천오백 동지들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의 투쟁을 전개했는지 반성합니다. 솔직히 부족했음을 반성하고 이제는 더 이상 한명의 동지도 떠나보낼 수 없기에, 쌍용자동차의 그 고통을 우리사회에서 반복할 수 없기에, 노동자만 책임지고 불행해지는 세상을 용납할 수 없기에 고인이 되신 동지의 영전에서 투쟁의 결의를 새롭게 다지겠습니다.

 

살아남은 동지들이 더 열심히 연대하고 투쟁해 정리해고도 고용불안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떠나간 동지들에게 바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슬픔 속에 계실 가족들에게도 가슴 깊은 위로와 애도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8년 3월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